
1. 감각의 경계가 무너지는 마법, 공감각이란 무엇인가?
우리가 일상에서 느끼는 오감(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은 뇌의 서로 다른 영역에서 독립적으로 처리됩니다. 눈으로 본 것은 시각으로, 귀로 들은 것은 청각으로만 인식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런데 만약 음악을 들을 때 허공에 다채로운 색깔이 둥둥 떠다니는 것이 보이고, 특정 단어를 읽을 때 입안에서 초콜릿 맛이 느껴진다면 어떨까요?
마치 판타지 영화나 초능력물에서나 나올 법한 이 현상은 실재하는 뇌신경학적 현상이며, 이를 ‘공감각(Synesthesia)’이라고 부릅니다. 공감각이란 어떤 하나의 감각 자극이 주어졌을 때, 그것과 본래 연결되어 있지 않은 다른 영역의 감각이 무의식적이고 자동적으로 동시에 유발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전체 인구의 약 0.5%에서 최대 4% 정도만이 이 능력을 지니고 있으며, 전 세계 1% 내외의 극소수만이 뚜렷한 공감각을 경험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놀랍게도 한국인 중에서도 이 능력을 가진 사람들의 비율이 꽤 높다는 연구 결과도 존재합니다.


2. 나는 과연 1%의 능력자일까? 직관적인 공감각 자가 테스트
글로 설명하기엔 다소 모호한 이 능력을 아주 간단하게 확인해 볼 수 있는 테스트가 있습니다. (※ 흑백으로 인쇄된 숫자나 알파벳 이미지를 상상하거나 직접 보면서 진행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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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스트 1: 흑백 숫자 5와 2의 무작위 배열 흰 바탕에 검은색 잉크로 무수히 많은 숫자 ‘5’가 적혀 있고, 그 사이사이에 숫자 ‘2’가 무작위로 숨어 있는 그림을 봅니다. 일반인들은 모두 똑같은 검은색 숫자로 보이기 때문에, 5의 바다 속에서 2를 찾아내기 위해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시간이 지체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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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각자의 시선: 만약 당신이 색청(색채-글자 공감각) 능력자라면, 5는 파란색으로, 2는 빨간색으로 확연하게 다르게 보일 것입니다. 흑백 이미지임에도 불구하고 특정 숫자가 다른 색으로 도드라져 보이기 때문에 단 1초 만에 숫자 2의 위치를 찾아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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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스트 2: 음악과 색채의 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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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린 소리는 짙은 붉은색이고, 피아노 소리는 깊은 보라색이에요. 첼로 소리는 아주 부드러운 금색으로 허공에 퍼지네요.” (청각의 시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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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라는 단어를 들으면 증기기관차 연기에서 나는 매캐한 냄새가 코끝을 찔러요.” (청각의 후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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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치질을 하다가 손가락을 찧었을 때 느껴지는 통증은 짙은 남색이나 보라색이에요.” (촉각의 시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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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만약 위와 같은 감각의 교차 현상을 일상생활에서 너무나도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느끼고 있다면, 당신은 세계 1%에 속하는 공감각 능력자일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3. 장애인가, 축복인가? 공감각이 주는 경이로운 재능
과거 의학계에서는 공감각을 임산부의 뱃속(태아 시기)에서 뇌의 신경망이 형성될 때, 각 감각 영역을 나누는 신경 세포의 가지치기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발생한 일종의 뇌 신경망 연결 오류(장애)로 치부했습니다. 또한 이 능력은 유전적 성향이 강하며, 아들보다 딸에게 나타날 확률이 3배에서 많게는 6배까지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그러나 현대 뇌과학과 심리학에서는 공감각을 장애나 속임수가 아닌, ‘고도의 창의성과 예술적 감수성을 낳는 뇌의 축복’으로 재평가하고 있습니다. 공감각자들은 정보를 시각, 청각 등 다중 감각으로 묶어서 뇌에 코딩하기 때문에 일반인보다 기억력이 무려 8배나 뛰어난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역사에 이름을 남긴 위대한 예술가 중 다수가 공감각자였습니다. 천재 화가 빈센트 반 고흐, 바실리 칸딘스키를 비롯해, 세계적인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악보의 음표를 각기 다른 색으로 인지), 팝의 거장 스티비 원더, 천재 조각가 미켈란젤로 등 수많은 거장이 공감각을 지녔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만약 당신이나 당신의 지인이 이 특별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면, 이는 숨겨진 천재성과 예술적 잠재력이 발현될 수 있는 엄청난 무기임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