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에서 발견된 수십억 원 가치의 ‘고래 똥’ 용연향 사연

바닷가에서 발견된 수십억 원 가치의 ‘고래 똥’ 용연향 사연

해변을 산책하다 우연히 주운 돌멩이 하나가 내 인생을 송두리째 바꿀 수 있다면 어떨까요? 동화 속에서나 나올 법한 일이 현실에서 심심치 않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고래 똥 가격’이라는 제목으로 게시물이 올라와 인기다. 평범한 바닷가에서 발견된 미지의 덩어리가 수십억 원을 호가하는 바다의 보물로 밝혀지며 많은 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습니다.

무명 작곡가와 어부의 인생을 바꾼 기적의 발견

지난 1월 영국 일간 메트로는 무명 작곡가 잭 티퍼가 바다에서 고래의 똥을 주운 사연을 소개한 바 있다. 보도에 따르면 그는 영국 데번 주에 위치한 집 근처 일프렉콤 해변가에서 일명 ‘바다의 황금’이라고 불리는 용연향을 발견했다. 그는 처음에 이를 단순히 암석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잭은 암석에서 나는 특이한 향에 평범한 암석이 아님을 느꼈다고 한다.

잭은 인터넷을 통해 해당 암석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자신이 주워온 암석이 고래 토사물과 배설물로 만들어진 용연향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리고 인터넷을 통해 용연향의 가격이 어마어마하다는 사실을 알게되자, 그는 전문가에게 찾아가 감정을 맡겼다. 그 결과 잭이 발견한 용연향은 무려 20만 파운드(한화 약 2억9천만 원)의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

고래 똥으로 주워 인생이 바뀐 사람은 잭이 처음이 아니었다. 지난해 3월에도 고래의 똥을 주워 떼부자가 된 칼리드 알 시나니라는 어부도 있다. 오만의 해안에서 조업을 하던 칼리드의 그물에 걸린 용연향은 무게 60kg에 값어치는 무려 한화로 약 28억 원에 달했다. 이뿐만이 아니라 용연향은 종종 경매에 올라와 앞서 소개된 값어치보다도 더 높은 가격에 팔리기도 한다.

수십억 원을 호가하는 용연향(Ambergris)의 정체

도대체 왜 동물의 배설물이 이토록 천문학적인 가격에 거래되는 것일까요? 용연향은 향유고래 수컷의 창자 속에 생기는 이물질로 세계 3대향이라고 불릴 만큼 뛰어난 향을 지니고 있다. 이에 향수 재료로 중요한 평가를 받고 있다.

자연 상태의 향유고래는 대왕오징어 등 심해 두족류를 주식으로 삼습니다. 하지만 오징어의 날카로운 부리나 뼈는 소화되지 않고 고래의 장 속에 남아 상처를 입히곤 합니다. 이때 고래의 장에서 상처를 치유하고 보호하기 위해 끈적한 점액질을 분비하는데, 이것이 뭉쳐져 몸 밖으로 배출된 것이 바로 용연향입니다.

바다가 만들어낸 기적의 숙성 과정

갓 배출된 용연향은 악취가 진동하는 검은 덩어리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이 덩어리가 수십 년 동안 바다 위를 둥둥 떠다니며 햇빛과 염분, 그리고 바다의 미생물들과 반응하는 ‘자연 숙성’ 과정을 거치면 기적 같은 변화가 일어납니다. 불쾌했던 냄새는 점차 사라지고, 흙내음과 바다의 내음이 섞인 듯한 달콤하고 신비로운 향기로 변모합니다.

무엇보다 용연향에 포함된 ‘앰브레인(Ambrein)’이라는 화학 물질은 향수의 향기를 피부에 아주 오래 머물게 하는 강력한 보류제(Fixative) 역할을 합니다. 샤넬의 ‘넘버 5(No.5)’를 비롯한 세계 최고급 명품 향수들이 이 용연향을 극소량 첨가하여 그들만의 시그니처 향을 완성해 왔습니다. 인공적으로는 절대 모방할 수 없는 자연의 신비로움과 극도의 희소성 때문에 용연향은 오늘날까지도 ‘바다의 황금’이라 불리며 부르는 게 값인 최고급 원료로 대우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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